성수동 에스팩토리
솔미디어랩은 같은 하우스의 다른 팝업에서 깊은 검정을 지켜내는 일을 했습니다. 어두운 공간, 낮은 휘도, 암부 계조.
이 현장은 정반대였습니다.
강렬한 마젠타, 선명한 옐로, 짙은 블루. 화면 전체가 하나의 원색으로 가득 차고, 그 위에 흰 제품이 놓입니다.
한쪽은 어둠을 다루는 일이었고, 이쪽은 색을 정확히 내는 일이었습니다.
의외로 들리실 수 있습니다. 복잡한 영상보다 단색 한 판이 훨씬 까다롭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감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움직임이 많고 색이 다양한 영상은 캐비닛 간 미세한 차이를 덮어줍니다. 화면 전체가 같은 색인 화면은 그 차이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그래서 이 현장은 반입 전 준비가 절반이었습니다.
단색 화면을 띄워놓고 얼룩이 없으면, 그 화면은 어떤 콘텐츠도 소화합니다.
이 팝업의 가장 특별한 조건입니다.
화면에는 제품 이미지가 크게 떠 있고, 그 아래 진열대에는 같은 제품의 실물이 놓여 있습니다.
관람객은 두 개를 동시에 봅니다.
화면 속 패키지의 흰색과 실물 패키지의 흰색이 다르면, 관람객은 화면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제품을 의심합니다.
색을 수치로 맞추는 현장이 있고, 눈으로 맞춰야 하는 현장이 있습니다. 실물이 옆에 있으면, 답은 언제나 눈입니다.
이 공간의 벽은 평평하지 않습니다. 공장의 부품과 도구를 형상화한 검은 부조 조형물이 벽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화면은 그 사이사이에 세로로 끼워져 들어갔습니다.
한 덩어리의 대형 화면이 아니라, 여러 개의 화면이 리듬을 만드는 구성입니다. 관람객은 걸으면서 파랑 → 노랑 → 분홍으로 이어지는 색의 전환을 경험합니다.
성수동의 이 공간은 백화점처럼 정돈된 현장이 아닙니다. 설비가 드러난 천장, 임시로 구성된 벽체, 짧은 시공 기간.
정돈되지 않은 현장일수록, 미리 정해두는 것이 많아야 합니다.
한정 기간 팝업은 다시 열리지 않습니다. 그 기간 동안 방문한 사람들의 기억과 사진이 전부입니다.
P1급 미세 피치를 선택한 이유이자, 반입 전 검수에 시간을 쓴 이유입니다.
“색이 정확해야 한다” 는 요구는 모든 브랜드가 합니다. 그 요구가 실물과 나란히 검증되는 현장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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