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서울
크림색 퀼팅 패턴의 파사드. 그 한가운데 모서리가 둥근 세로 창이 나 있고, 그 안에서 브랜드 필름이 재생됩니다.
화면이 벽에 붙어 있는 게 아니라, 벽에 창이 뚫려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인상을 만드는 것이 이 현장의 과제였습니다.
LED 캐비닛은 직사각형 모듈의 조합입니다. 그래서 “LED로는 각진 사각 화면밖에 못 만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구부를 설계하면 달라집니다.
이 현장에서는 구조물 전면 패널에 라운드 코너 개구부를 내고, 그 뒤에 LED를 배치해 둥근 모서리의 화면을 만들었습니다.
화면 형태를 장비 사양에 맞추는 게 아니라, 공간 디자인에 맞추는 방식입니다.
브랜드 캠페인 영상은 이미 세로로 제작되는 시대입니다. 모바일에서 먼저 소비되고, 그대로 매장으로 넘어옵니다.
가로 화면에 세로 영상을 넣으면 좌우에 검은 여백이 남습니다. 여백을 그래픽으로 채워도, 결국 화면 안에 또 화면이 있는 구조가 됩니다.
이 현장의 LED는 세로 비율로 구성했습니다.
콘텐츠를 화면에 맞추지 않고, 화면을 콘텐츠에 맞췄습니다.
큰 화면은 멀리서 봅니다. 작은 화면은 가까이서 봅니다.
팝업 파사드의 화면은 대형 무대 스크린보다 훨씬 작지만, 고객은 그 앞 1m 이내에 서서 들여다봅니다.
게다가 물리적 크기가 작다는 건, 그 안에 담기는 픽셀 수가 제한된다는 뜻입니다. 피치가 넓으면 작은 화면에서는 정보량 자체가 부족해집니다.
P1급 초미세 피치를 쓴 이유입니다.
화면을 구조물에 심으면 보기에는 완벽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앞에서 뺄 수 없는 구조라면, 패널 하나에 이상이 생겼을 때 파사드를 뜯어야 합니다. 팝업 운영 중에 그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솔미디어랩은 매립 설치 시 후면 서비스 동선을 먼저 확보합니다.
보이는 마감은 설치의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안 보이는 곳에 있습니다.
팝업 시공은 한 팀이 순서대로 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공간 디자인 시공팀, 목공팀, 사인팀, 집기팀, 전기팀이 같은 날 같은 자리에 함께 들어옵니다.
여기에 백화점 특유의 제약이 겹칩니다. 영업시간 외 작업, 지정 반입 동선, 소음·분진 제한, 정해진 오픈일.
협업이 되는 팀인지가, 팝업 현장에서는 사양표보다 중요합니다.